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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신문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로, 세 자녀를 키우는 어머니로, 또 '오늘의 미술가상'을 수상한 능력 있는 작가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가 성순희(사진)가 4년 만에 침묵을 깨고 13번째 개인전을 연다. 도자기 접시 위의 생활용품이나 책거리 속 일용품을 묘사한 정물화 50여 점을 선보인다.
화면 속 사물 형태가 분명하지 않지만 존재감을 드러내기엔 충분하다. 그러면서도 사물끼리 서로 섞여 한 덩어리를 느끼게 한다. 그래서 이번 전시 제목도 '생의 화음'이다. 그의 작품을 보면 오랜 세월 흙에 묻혀 있다가 천천히 모양을 드러내는 유물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전시를 준비 중인 작가를 만났다. "보고 그린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정물이지만 모두 상상 이미지입니다. 꽃을 많이 그렸지만 실제 꽃이 아닌 상상 속의 꽃이죠."
그는 이처럼 실내 정경을 20년째 그리고 있지만 그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만든 것은 어릴 때 받은 과거의 강한 인상 때문이다. "어릴 때 민화를 참 좋아했습니다. 특히 책거리 그림은 내 작업의 모티브가 됐죠. 그래서 내 그림에는 항상 과거와 현재가 혼재돼 있습니다."
그는 형태가 반복된 것에 매료를 느낀다고 말했다. "제 그림에는 우산 촛불 등이 자주 등장하는데 모두 반복적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반복에서 나오는 리듬감, 반복의 흐름 속에서 내 작업의 주제를 표현하고 싶어서입니다."
실제로 그의 작품 가운데 촛불이 반복적으로 많이 그려져 있지만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바람에 촛불이 움직이는 느낌을 받는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 서울예술고등학교에서 28년째 교사 생활을 하는 그는 전업 작가로 나서라는 권유를 많이 받지만 애들을 좋아해 교편을 놓을 수 없다고 말한다. 제자들 가운데 교수로, 이름 난 작가로 많이 활동하는 것을 보면 대견하고 자랑스러울 뿐 아니라 자신에게 더욱 채찍이 된다고.
전시는 4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진화랑에서 열린다. (02)738-7570)
경제문화주간지 CNB저널
[아트인 선정 전시]리서울갤러리 ‘성순희 초대전 - 생의 화음’
접시와 꽃, 촛불, 책과 물고기 등이 그려진 실내 정경과 주변 풍경이 그려진 작품들로 ‘하모니’를 연출하는 성순희 작가의 열다섯 번째 개인전 ‘생의 화음’이 인사동 리서울 갤러리에서 9월 5일부터 25일까지 열린다. 성순희의 회화는 일상 소재가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새롭게 묘사되면서 장소를 초월하는 ‘우주성’과 세월을 넘나드는 ‘역사성’을 느끼게 해주는 수준 높은 작품들이다.
깊고도 은은한 질감, 거친 듯 부드러운 터치로 감상자의 신선한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내 작품은 하나의 생활이고 또한 생활 속의 내 모습이에요. 여기서 어떤 조화를 이루고 살아가느냐죠. 작품 제목이 ‘생의 화합’인데 이는 서로 함께 어울리는 하모니와 같아요. 같이 느끼고 그림을 통해 편안함과 쉴 수 있는 휴식을 주고 싶어요.” 누구나 쉽게 감상할 수 있는 성순희의 그림은 편안한 우리의 일상이 담겨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특히 눈여겨 볼 점은 작품 속 사물은 실제 사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꽃이며 과일이며 접시 등 그녀가 만들어낸 상상의 모습이다. 오히려 이를 통해 관람자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고 한다. 30년 넘게 서울예고 미술선생님으로 재직하면서도 15회 개인전과 수많은 기획전에서 보여준 성순희의 작가의식과 역량은 이번에 출품된 작품들에도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생의 화음’이라는 주제처럼 서로 섞이고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길 작가는 바란다.
- 김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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